분진이란 무엇인가?
여러분이 숨쉬는 공기의 주성분은 질소와 산소이지만, 공기 속에는 아황산가스나 일산화탄소와 같은 가스 형태의 오염물질도 있고, 분진과 같은 입자 형태의 오염물질도 섞여 있다. 분진은 영어로는 에어로 졸(aerosol)이라고 한다. 흔히들 에어로졸이라고 하면, 스프레이통의 모기약과 같이 작은 크기의 액체 물 질만을 떠올리는데, 본래 분진 즉 에어로졸의 정의는 공기 중에 떠 있는 액체상 및 고체상의 작은 입자를 의미한다.
(사진 출처: 동아대학교 최금찬)
위쪽: 화력 발전소에서 배출된 비산재 (fly ash)
아래쪽: 철강소 배출 먼지
여러분들이 들어 본 적이 있는 연무(mist), 먼지, 연기, 훈연(fume), 안개, 박무(haze), 스모그, 검댕 등은 분진의 한 종류이다. 이들 분진은 불완전 연소과정, 기계적 분쇄과정, 응축 및 고온 화학반응 과정을 거쳐 생성된다. 예를 들어,‘먼지’는 입자의 크기가 비교적 큰 고체상 분진이며,‘연무’는 주로 증기가 응축되어 생성되는 액체상 분진이고,‘연기’와‘검댕’은 땔감이 불완전 연소될 때 생성된다. 분진의 생김새는 배출 원에 따라 무척 다양하여 물방울과 같은 구형, 소금결정과 같은 육면체, 디젤매연과 같이 작은 입자들이 뭉친 포도송이 형태 등 실로 많은 형태가 존재한다.
분진은 어디에서 발생되나?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 속에는 천문학적 숫자의 분진이 들어 있다. 여러분이 만약 조금 오염된 도시에 살고 있다면, 숨을 한번 쉴 때마다 수억 개의 분진을 들이마시게 된다. 이들 분진 하나하나는 각각 비밀스 러운 출생배경과 서로 다른 생년월일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산업 활동뿐 아니라 우리 생활주변에서 다양 하게 만들어 진다.
앨러지를 일으키는 진드기,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각종 동식물의 사체 조각, 봄철에 산을 자욱하게 만드는 꽃가루 등과 같은 생물성 분진를 비롯하여, 파도가 부서질 때마 다 날리는 물방울이 건조되어 생성되는 소금알갱이도 수백 km를 이동하여 항상 주변에 있다. 또한, 담배 연기, 자동차의 매연, 타이어 마모 먼지, 굴뚝연기, 제철소, 채석장, 시멘트 공장의 먼지, 낙엽과 쓰레기를 태울 때 발생되는 연기 등이 있으며, 말할 때, 걸을 때, 움직일 때, 요리할 때, 책장을 넘길 때에도 분진이 발생된다. 한국산 분진도 있지만 엄청난 분진이 외국에서 들어온다. 지구 건너의 화산재는 물론이고, 중국 과 몽골의 사막지역에서 발생되는 황사는 한국으로 쉽게 건너오며, 하와이를 거쳐 미국 대륙까지도 이동 한다. 또한, 지구 대기권에서 타버린 유성의 재도 있다.
분진은 사람의 활동에 의해 생성되는 인위적 분진과 자연적으로 방출되는 분진으로 나눌 수 있다. 인 위적 분진은 인간의 생산 및 산업 활동의 결과로 방출되며 대부분 석탄이나 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한다. 자연적 분진에는 화산재, 산불 연기, 바다의 소금결정, 토양 분진, 박테리아, 꽃가루 등이 있 다. 한편, 분진은 공기 중에 있는 가스들이 반응하여 생기기도 한다. 이와 같이 가스상 물질이 입자화 되 었을 때 이를 ‘2차 분진’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주로 가스상 오염물질인 이산화황, 질소산화물, 유기화합물 들이 반응해서 분진으로 만들어 진 것이다.
분진의 크기가 왜 중요한가?
분진의 생김새는 무척 다양하나 크기를 규정할 때 편의상 구형으로 간주하고 직경을 크기의 척도로 쓰 고 있다. 분진의 크기는 μm (micrometer: 마이크론) 단위로 표시하며, 1 μm은 1 cm의 만분의 1이 되는 길이이다. 분진은 직경이 대략 0.01~500 μm의 크기를 가지며, 오염생성원에 따라 고유의 크기를 가지고 있다. 가장 작은 분진은 분자 군집체 정도 즉, 나노미터 (nm) 정도의 크기를 가지는데, 꽃가루와 진드기와 같이 커다란 분진은 육안으로도 관찰이 가능하다. 대략 이 책자의 마침표의 직경이 300 μm, 사람의 가는 머리카락이 100 μm, 해변의 가는 모래가 70 μm, 꽃가루가 10~100 μm이다. 담배연기는 0.01~1 μm 정도로서 바이러스 크기와 엇비슷하기 때문에 광학현미경을 통해서도 볼 수 없을 정도로 크기가 작다. 여러분이 지구상 어느 곳에서 분진을 관찰하더라도 분진은 크기가 2.5 μm를 경계로 2개로 나누어진다.
따라서 2.5 μm보다 작은 입자를 미세분진이라고 부르며, 이보다 큰 입자를 거대분진이라고 부른다. 공 교롭게도 인위적 분진의 대부분은 미세분진이며, 자연적 분진의 대부분은 거대분진이다.
바람에 날린 토양의 먼지와 같은 거대분진은 생성된 후, 수 분 또는 수 시간 이내에 땅에 떨어지기 때 문에, 미세분진과 비교하여 공기 중에 머무는 시간이 작아 오염피해가 작은 편이다. 하지만 거대분진이라 고 하더라도 크기가 2.5~10.0 μm인 분진은 호흡계 질환을 가진 사람에게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반 면 미세분진은 화석연료의 연소, 자동차의 배출가스 및 화학물질의 제조과정 등과 같은 인위적 발생원에 서 방출되며, 2차분진의 대부분은 미세분진이다.
미세분진은 인간 및 동물이 호흡을 할 때 허파 깊숙이 흡입되는데, 특히 크기가 0.1~1.0 μm일 때 허파 속으로 들어가는 양이 최대가 되는데 이로 인해 각종 폐질환이 생긴다. 또한 같은 양의 분진이라고 해도 크기가 작아질수록 표면적이 급증하기 때문에, 라돈과 다이옥신과 같은 유해 발암물질과 카드뮴, 니켈, 크 롬, 납과 같은 유해 중금속 등이 표면에 많이 붙어 있게 된다. 따라서 이들 미세분진은 각종 유해물질을 사람 몸속 깊이 전달하는 운반체 역할을 한다.
지구상의 인간은 빛과 에너지를 태양에서 공급받으며 살고 있다. 태양광선에는 X-선, 감마선,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등이 있는데, 그중 인간의 생존을 도우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것이 가시광선
이다. 인간은 눈을 통해 색깔을 볼 수 있으며, 멀리 떨어진 사물을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기 중 가 스상 오염물질은 빛을 흡수하며, 분진과 같은 입자상 오염물질은 빛을 산란시킨다. 특히 분진의 크기가0.1~1.0 μm일 때 가시광선의 산란도가 최대가 되어 가시거리를 떨어뜨린다. 서울 등 대도시 하늘이 가끔 희뿌옇게 되어 수 km 앞도 볼 수 없는 이유는 이들 크기의 미세분진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대기환경학적 사유로 0.1~1.0 μm의 분진크기는 지구상 인간에게‘악마의 영역’이다.
분진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나?
공기 중의 분진은 인간에게 많은 도움과 해로움을 동시에 준다. 분진이 전혀 없다면 인간의 삶은 삭막 할 것이고 기후변화도 없을 것이며 궁극적으로 생존할 수도 없다. 거꾸로 분진의 양이 크게 증가할 때 역 시 인간을 포함한 동식물들의 정상적인 활동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과다하게 배출된 분진 때문에 여러 가지 환경오염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1883년 태평양상 있는 크라카토아 섬에서 화산 폭발이 있었다. 화산재가 성층권 끝까지 솟구칠 정도로 커다란 폭발이었다. 당시 전 세계에서는 화산재, 즉 분진에 의한 태양광 산란으로 수년간에 걸쳐 멋있는 저녁놀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많은 예술가들은 소설과 시, 그림을 통해 자연의 신비로운 조화에 갈채를 보냈었다. 최근에도 1991년 피나튜보 화산의 대폭발이 있었는데 지구상 곳곳에 멋진 놀을 선사하였다. 보 통 저녁놀은 적당한 양의 분진이 태양광을 산란시켜 만든 자연현상으로, 공기 중에 분진이 전혀 없다면 일어날 수 없다. 반면 분진이 과다하게 많다면 모든 빛이 차단되어 저녁놀은커녕 태양은 지평선을 넘어가 기 전에 사라지고 어둠이 일찍 찾아 올 것이다.
여러분은 서쪽 하늘에 붉은 저녁놀이 생기는 날 밤 공기 와 다음날 아침 공기가 유독 상쾌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바람이 서풍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바람)이고, 저녁놀이 낀다면 그나마 그 지역은 소량의 분진 때문에 상대적으로 깨끗하기 때문이다. 이때는 분명히 다음날 아침까지도 맑고 쾌적하여 운동하기 좋을 것이다.
서울을 포함한 대도시에서는 가끔 하루 종일 공기가 뿌옇고 햇빛이 약한 날이 있다. 이러한 현상을 시 정장애라고 부르는데, 분진이 햇빛을 산란시켜 막기 때문이다. 특히 미세분진의 영향이 매우 크다. 서울에 서는 일년에 몇 번이지만 남산타워에서 35 km 떨어진 인천 앞바다를 볼 수 있다. 보통 분진이 없는 자연 상태에서 가시거리는 230 km 정도 되는데, 남태평양의 일부 섬에서는 아침과 저녁 놀을 볼 수 없을 정도 로 분진이 없다. 한때 미국의 그랜드캐년의 가시거리도 자연상태에 가까웠다.
분진오염은 도시규모에서는 시정장애 현상을 일으키지만, 지구규모에서는 태양에서 지구표면에 들어오 는 빛과 에너지를 차단하여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지구냉각화 현상을 일으킨다. 이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지구온난화 현상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학자들은 아주 오래전에 공룡이 멸종한 이유가 운석이 지구 와 충돌해서 엄청난 양의 먼지가 날려 햇빛을 막고 기온도 떨어져, 식물이 광합성 반응을 못했기 때문이 라고 한다. 또한 대규모 화산이 폭발했을 때 지구의 기온은 떨어지는데, 실제 피나튜보 화산이 폭발했을 때 지구 기온이 다소 떨어졌다.
분진은 우리 생활에 여러 가지로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지만 가장 큰 것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다. 특 히 크기가 2.5 m보다 작은 미세분진은 사람이 숨을 쉴 때 코나 입을 통해 기관지나 허파에 들어가서 허 파꽈리에 달라붙을 수 있다. 이때 여러 가지 호흡기 관련 질병 (기관지염이나 폐암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매우 작은 분진은 허파꽈리를 통해 혈관으로 들어가 순환기 질병 (동맥경화, 뇌졸중 같은)을 일으킬 수 있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미세먼지 (크기가 10 m보다 작은 분진으로 ‘PM-10’이라 한다) 농도를 5μg/m3 줄이면, 매년 인구 100만 명당 170명 정도가 덜 죽는다고 한다.
미세분진의 농도가 높아지면, 폐기능이 약화되어 감기와 천식이 악화되는 등 호흡기 질환 나타난다. 또 한 만성 기관지염과 함께 조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보통 어린아이들의 공기 흡입량은 몸무게 킬로그 램 당 50% 정도 어른보다 많다. 또한, 어린이의 호흡기는 아직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건강한 어른보다 환경적인 위협에 더 영향 받기 쉽다. 미국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매년 수만 명의 노인들이 대기 중의 미세 분진 때문에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밖에 분진은 여러분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달라붙어 컴퓨터를 고장 내는 원인의 하나가 되기도 하 며, 옷과 빨래, 건축물에도 달라붙어 얼룩을 만든다. 매년 더럽혀진 표면에 페인트칠을 하느라 많은 비용
이 들고 있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분진은 결국 지면에 떨어지거나 바람에 실려 멀리 날아간다. 땅과 호수 와 하천에 떨어지는 막대한 양의 분진으로 인해 또 다른 토양오염과 수질오염이 생길 수도 있다.
우리나라 공기에는 분진이 얼마나 들어있나?
분진오염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환경부는 대기환경기준을 만들어 농도를 낮추려고 하고 있다.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크기가 작은 분진이 여러 가지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1995년 부터 ‘미세먼지 (PM-10: 크기가 10 μm보다 작은 분진)를 기준으로 하였다. 현재 미세먼지의 기준 농도는 연평균 50, 일평균 100 μg/m3이다. 1 μg/m3란 공기 1 m3 중에 미세먼지가 1 μg (백만분의 1 그램) 떠 있다 는 뜻이다. 향후 더 크기가 작고 영향이 더 큰 미세분진 (PM-2.5: 크기가 2.5 μm보다 작은 분진)에 대해 기준을 마련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참고로 1995년 이전에는 총부유먼지(크기가 대략 30 μm보다 작은 분진)에 관한 대기환경기준이 있었 으며, 그 후 1995년에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보다 작은 크기의 먼지로 환경기준을 강화한다는 취 지에서 PM-10을 미세먼지라고 명명하였고, 이 같은 논리로 크기가 2.5 μm보다 작은 미세분진은 현재 대 기환경기준에서는 공식적으로 초미세먼지로 명명하고 있음을 밝혀둔다.
서울은 2002년 연평균 농도가 76 μg/m3이었다가, 조금씩 줄어들어, 2008년에는 55 μg/m3이었다. 서울 을 포함한 7개 대도시 중 2008년도에 연평균 대기환경기준을 만족시키는 도시는 대전뿐으로 농도는 45
μg/m3이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는 제주도 서귀포로 38 μg/m3이었으며, 전남 순천은 40 μg/m3이었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는 선진국 대도시와 비교하여 매우 높은 편이다. 런던이나 파 리는 20~30 μg/m3 정도이고, 이웃나라 일본의 수도인 도쿄도 40 μg/m3이다.
분진의 농도를 줄이려면?
여러분이 숨 쉬는 공기 속의 분진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분진의 오염발생원이 무엇이고 거기서 어느 정도 분진이 방출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오염원에는 기름, 석탄, 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오염원(공장, 자동차, 난방과 요리), 외국에서 넘어오는 분진, 지역의 산업 활동 에 의한 공장 연기, 흙먼지와 같은 비산먼지, 불법소각에 의한 연소행위, 황사, 산불, 바다에서 날아오는 미 세한 소금 알갱이 등이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오염원 중에는 인간의 능력으로 줄이기 어려운 분진도 있지만 조금만 주의하고 노력 한다면 충분히 줄일 수 있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공장과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연 기, 냄새나는 검은 연기와 담배연기만이 대기오염물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제는 동네의 낙엽 타는 냄새를 달콤한 커피 향과 고향의 냄새에 비유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한순간의 낭만을 위해 거리낌 없이 자행되는 캠프파이어와 쥐불놀이가 우리의 공기를 탁하게 하고 있으며, 쓰레기 종량제 시행이후 도처에서 자행되는 불법소각이 분진오염의 주범 중 하나이다.
서울을 비롯한 일부 대도시에서는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경유차 버스를 천연가스 (CNG) 버스로 바꾸 었고, 경유차에 매연저감장치를 붙여 대기오염물질 저감에 노력하고 있다. 최근 비용대비 어느 정도 개선 효과가 있었는지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편, 비산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공사장에 물을 뿌리고, 도로에 청소차를 동원해 분진을 줄일 수 있 으며 나무와 잔디를 심어 흙먼지 발생을 줄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분진을 줄이려면, 그 나라에서 생성되는 오염물질을 줄여야만 한다. 이 문제는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장기 적으로 개선하여야 한다.
승용차를 조금 덜 타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대기오염물질을 줄이는 좋 은 방법이지만, 환경과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라마다 환경과 경제 수준에 따라 자기 나라에 알맞은 환경정책이 있다. 선진국의 환경정책이 후진국과 다른 점은 환경과학을 토대로 만들 어져 합리적이며 융통성이 있어 모든 시민이 함께 노력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