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의 참극
인류역사상 석면으로 인한 피해가 처음 보고된 때는 그리스와 로마시대에 석면채광 광부와 옷감을 다루 는 사람들 사이에 폐질환이 유행했던 경우이다. 또한 석면재해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시점은 20세 기 들어오면서 석면이 일반대중에 널리 보급될 때이다. 당시 피해는 캐나다와 남아프리카 석면 채광지에서 주로 일어났으며, 영국의 방적공장과 미국의 조선공장에서 석면을 다루는 직원과 그 가족들에게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1940년대 말 남아프리카에서는 노임이 싼 흑인 소년들에게 커다란 자루에 석면을 넣는 작업을 시켰는데 이들은 12살이 되기 전에 폐질환으로 대부분 사망하였다.
미국에서도 해군조선소에서 석면취급 인부들과 건축현장에서 석면가공을 하던 사람들이 폐암으로 사망 한 적이 있으며, 영국에서는 열차의 석면 패널을 다루던 사람이 폐암으로 사망한 적이 있다. 미국 환경청 (US EPA)은 1972년 암을 유발하는 유해대기오염물질 중 하나로 석면을 분류하였으며, 매년 3,300~ 12,000명 정도가 폐암에 걸린다고 추정하였다.
이와 같이 석면으로 인한 여러 가지 질환과 피해가 전 세계적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최 근 석면광산이 있었던 지역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한 결과, 상당수의 50~60대의 주민 들이 석면질환 의심 판정을 받고 있다.
석면은 어디에 사용되나?
석면은 자연에서 인간이 발견한 가장 물성이 탁월한 물질이다. 석면은 강도와 탄성이 매우 크고, 단열과 절연성질이 우수하며, 산과 알칼리에 잘 견디고, 불에 타지 않고 열에도 강하다. 또한, 유연하며 방음효과가 우수하기 때문에 인간 생활주변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인류는 기원전 2,500년경에 핀란드에서 처음 석면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기원전 5세기경에는 아테네 신 전에서 등불 심지로 사용되었으며 귀족의 의관으로 사용되었다. 비단이 나오기 이전, 그리스, 이집트, 중국에 서는 석면이 하늘하늘하고 광택을 가진 품위 있는 최상급 옷감이었기 때문에 귀족들만이 입을 수 있었다. 석면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한 때는 산업혁명이후 방적법이 개발되고 석면 탄광이 대규모로 발견되 면서 부터이며, 캐나다, 러시아, 남아프리카 등에서 대규모로 생산되었다. 실제로 전 세계 석면 생산량은 1900년부터 1960년 사이에 1,000배가량 증가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1930년대 충남 홍성, 보령, 예산, 청 양, 태안 등의 광산에서 생산된 적이 있었으나 1980년대에 모두 폐광되고 그 이후부터는 수입에 전량 의존 하였다.
석면은 재질이 우수하고 저렴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사용처를 3,000가지 이상으로 늘려왔다. 극히 최근까지도 온수 파이프, 전기코드, 토스터, 오븐, 벽의 칸막이, 구식 헤어드라이어, 석유난로 심지, 다림판 패드, 냄비의 손잡이, 페인트, 칠판, 석고보드, 바닥타일, 방음재, 단열재, 장식재 등의 각종 건축자재 등에 사용하였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석면을 사용하여 슬레이트, 석면보드, 보온단열재 등의 건축자재 (82%), 브레이크라이 닝과 클러치 페이싱 등과 같은 자동차 부품 (11%), 석면천이나 석면장갑, 석면테이프 등과 같은 섬유제품 (5%)과 기타 제품 (2%)을 만들었다. 외국에서 간혹 식음료 및 수돗물 중 석면이 검출되기도 하는데, 이는 석면이 섞인 시멘트 파이프가 마모되어 오염되었기 때문이다.
석면이란 무엇이고 어떤 종류가 있나?
석면(石綿)은 위상차 현미경으로 관찰했을 때 보통 길이가 5 m 이상이고 가로와 세로의 비율이 최소한 3:1 이상인 바늘모양의 입자상 물질이다. 화학적 기본 결정구조는 SiO4이다. 석면은 자연적으로 생성된 규 산염 광물을 일컫는 일반적인 용어이다.
석면은 화학적 조성에 따라 백석면, 청석면, 갈석면, 직섬석면, 투각섬석면, 양기석면 등으로 분류하는데, 물리적 성질과 사용용도가 각각 다르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석면의 약 95%가 백석면, 3%가 청석면, 1.5%가 갈석면이며, 나머지 0.5%는 기타 석면이 차지한다. 백석면은 부드럽고 유연한 백색섬유로 석면소 비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긴 섬유형태를 가진 백석면은 보호의류, 단열재 등에 사용되고 있다. 청석면은 곧고 청색을 띠는 섬유로 석면섬유 중 가장 단단하기 때문에 시멘트 파이프 생산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반 면, 갈석면은 곧고 부서지기 쉬운 섬유로 희미한 갈색을 띠며 단열재로 사용되고 있다.
석면은 몸속의 시한폭탄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은 인간의 호흡기나 소화관을 통해 체내로 흡수된다. 석면이 함유된 물질의 표면이 마모되거나 손상되면 석면입자가 공기 중으로 방출되고, 실내공기 중에 오랫동안 떠다니면서 여러 가지 질 병을 일으킨다. 석면분진에 노출되면 피부질환, 호흡기 질환, 석면증 뿐만 아니라, 치명적인 폐암과 중피종에 걸릴 수 있다. 청석면은 인체에 미치는 독성이 가장 강하고 다음으로 갈석면이 강하며, 백석면은 독성이 가 장 낮다. 특히 바늘 모양의 청석면은 허파 속으로 매우 침입하여 반영구적으로 변질되지 않고 남아 있기 때 문에 더욱 위해하다. 공기 중 석면이 실내공기 중에 머무는 시간은 길이가 5 μm이고 두께가 1 μm일 때 공 기 중에 약 4시간 정도이며, 두께가 0.1 μm일 때는 약 20시간 정도이다. 창처럼 생긴 석면섬유는 길이가 길지만 허파 끝까지 침투할 수 있다.
우습게도 석면이 인간에게 가장 위해한 이유 중의 하나는 석면이 매우 안정된 불멸의 물질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석면은 불에 타지도 않고, 열에 강하며, 산과 알칼리에도 녹지 않는다. 일반적으 로 우리 몸에 외부의 이물질이 들어오면 방어체계가 가동된다. 즉 일반 미세분진이 호흡기를 통해 허파로 들어오면 몸속에서는 이 미세분진을 대식세포가 둘러싸 강산을 내뿜는데, 이때 분진은 산에 녹아 용액상태 로 조직에 흡수되고 결국 소변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 하지만, 석면 입자가 몸속에 들어온다면 대식세 포가 아무리 강산을 내뿜어도 안정한 석면은 녹지 않아 몸 밖으로 배출될 수 없다. 도리어 석면 입자를 향 해 끊임없이 공격을 시도하는 몸속의 세포들이 영향을 받아, 이상 형성되고 이상 증식되어 암이 생기는 터 전이 생긴다. 역사를 통해 영원불멸을 추구하는 욕심과 그 대상 물질들은 항상 인류재난과 환경오염을 가져다준다는 교훈이 다시금 생각난다.
석면에 과다하게 노출될 경우를 제외하고, 석면에 의한 영향은 거의 만성적으로 나타난 다. 우리나라의 석면광산은 모두 20여 년 전에 폐광되었지만, 그 지역의 피해가 최근 들어 급 증하는 이유는 석면의 잠복기간이 수십 년이기 때문이다. 즉 석면은 폭발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언제인가는 폭발할 몸속의 시한폭탄이 나 다름없다. 한편, 일반적으로 흡연자일수록 석면에 대한 위험성이 더욱 커진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담배연기와 같은 약한 발암성 물 질과 합쳐져서 종양을 유발하는 가능성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석면입자는 어떻게 확인하나?
석면입자의 크기는 매우 작기 때문에 눈으 로는 볼 수 없다. 공기 중에 떠있는 석면을 분 석하기 위해서는 공기를 필터에 거르고, 필터 에 걸린 입자를 현미경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공기 중에는 여러 가지 모양을 갖는 입자들이 무수히 떠 있는데, 실모양이나 바늘모양의 분진이라고 해서 모두 석면입자는 아니다. 석면입자는 매우 작고 종류도 많기 때문에 일반적인 광학 현미경으로는 확인하기 가 어렵다. 대기환경과학자들은 보통 x-선 분석기가 달린 전자주사 현미경이나 투과전자 현미경을 이용하여 석면을 찾고 종류를 나누어 농도를 계산한다.
우리나라에서 석면관리는 어떻게 하나?
1970년대까지 석면은 세계 각국의 건설업에서 화재방지용과 단열재로 널리 사용되어 왔으나 건강 유해 성이 널리 알려진 후부터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석면에 대한 공기오염기준을 정하고 사용을 금지시키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는 1997년 이후 모든 종류의 석면사용을 금지시켰으며, 우리나라도 2009년 부터 석면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관리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청석면과 갈석면은 2000년부터 제조, 수입, 사 용이 법으로 금지되었으며, 직섬석면, 투각섬석면, 양기석면은 2003년부터 금지되었다. 또한, 백석면을 사용 하는 건축용 제품, 섬유제품, 자동차 부품 등의 제조, 수입, 사용은 2009년부터 금지되었다.
한편 실내공기기준과 관련하여 우리나라는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작업장의 석면농도기준을 설정하고 있 으며, ‘실내공기질관리법’에서는 석면을 공기오염물질로 지정하고 관리하고 있으나 석면의 노출환경에 따라 주관부서가 다르기 때문에 종합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 환경기준권고치는 0.01개/cc이지만, 구체적인 실내공기질 유지기준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석면오염에 어떻게 대처하여야 하나?
현재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모든 국민은 알게 모르게 석면 자재로 둘러싸인 주거환경 속에서 석면이 들 어 있는 생활용품을 사용하고 있다. 2009년에 들어오면서 비로소 모든 종류의 석면에 대해서 사용, 제조, 수입이 법으로 금지되었지만, 그 이전까지 사용된 석면은 안전하게 폐기될 때까지 수십-수백 년간 우리 주 변에 존재할 것이다.
외국에서는 오랫동안 공공건물, 학교, 사무실 등에서 방출되는 석면에 대해 조사하고 연구해오고 있다. 우 리나라에서도 일부대학들이 작업장의 석면을 소규모로 조사한 적이 있으며 최근 들어 환경부는 학교, 병원, 공공건물 등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고 있다. 생활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석면오염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석 면제품의 최종 사용처인 노후화 된 건물, 사무실 및 초등학교 등에서의 실태를 하루빨리 조사하여야 한다.
여러분이 집이나 회사에서 석면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지식이 필요하다. 우선 석면 이라고 의심되는 건축자재가 있다면 만지지 말고 석면 전문 연구소나 처리 업체에 연락하여 담당자가 직접 다루게 한다. 만약 집에서 집이나 회사에서 검출되었다면 석면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방법, 표면을 코팅하여 밀봉하는 방법, 또는 표면이 양호하다면 그대로 두는 방법이 있다. 일반적으로 대기 중 석면의 농도는 무시 해도 좋을 만큼 낮다. 또한 석면이 많이 섞인 건축자재로 지은 건물이라고 해도 표면이 손상되지 않은 한 실내공기 중 석면 농도는 매우 낮다. 하지만, 석면을 사용한 제품의 표면이 훼손되어 공기 중에 노출되었을 경우 심각한 영향을 주므로 확실하게 관리하여야 한다. 만약 건물에서 석면자재를 원천적으로 제거하기로 결정할 때는 많은 비용이 들므로 경제성과 위해성을 함께 고려하여 신중히 판단하여야 한다. 모든 경우 노 후된 건물을 해체하고 철거할 때에는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석면 사용제품의 표면을 코팅하거나 그대로 둘 경우에는 주기적으로 표면 상태를 점검하고 관리하여야 한다. 공공건물이나 시설물과 달리 가정집의 경우에는 잊지 않고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석면관련 정보 사이트
환경부: www.me.go.kr
대한석면관리협회: www.asbestos.or.kr
한국석면환경협회: www.kaea.co.kr
석면안전관리센터: www.info-asbestos.org
한국석면안전공사: www.e-kas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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